글이 쓰고 싶다. 하지만 내 방은 뭔가를 쓰기엔 너무 밝고, 좁다.
그래서 불을 끈다. 코드도 다 뽑아버리고. 그래도 어둠은 찾아오지 ㅇ낳는다. 창밖으로 몇걸음. 다소 높이는 있지만, 그래봤자 도로변의 아파트. 새까만 고무덩어리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 소리들. 창을 넘어 침략하는 가로등의 불빛. 얼마전에 대부분 하얀 것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노란 것들이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밤에도 쉴 줄 모르는 공장 굴뚝의 연기는 아직도 누런 잿빛이다.
결국엔 어쩔 수 없이 커튼 씨를 고용, 드디어, 원하던 것을 얻었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어쩌면 조금 우울한, 나의 집. 적막과 암흑이 만들어낸 글의 집. 그제서야 손가락이 분주해진다.
하지만 어떻게해도 그 강렬한 느낌을 되돌릴 수 없다. 광장에 선 이명준의, 무릎이 까지고 싶은 여름을 되살릴 수 없다. 초원을 걷는 남자의 잃어버린, 잊혀져버린 옛 여인을 다시 만날 수도 없다. 시동에서의 그 한가한 막막함과 미래가 없는 상큼함에는 혀 끝 조차 대지 못한다. 짧은 노출이었음에도, 그 기호의 조합들이 새기고 간 자국들을 전혀 보듬을 수 없다.
도저히 계속할 수가 없어, 펜을 던지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잠에 빠진다. 내일은,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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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책에 대해서 다시 포스팅 해보고자 한다.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하다. 하버드대 강의를 옮겨 놓았다고 보면 된다.
하버드는 보통 대학교가 아니다. QS 순위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일류다. 일류의 두뇌들이 일류 교육을 받는 곳이다. 강의가 일류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일류의 정의를 엄밀히 따지기 시작하면 골치 아프지만.
이 책이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많이 팔렸는데, 그 이유 역시 간단하다.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불신 때문이다.
1960년대에 이미 지적된 문제지만, 최인훈의 말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에는 '광장'이 없다. 그건 그가 살았던 격동의 시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공공의 영역이 과연 존재하는가? 과연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구조상 불가능하다. 핑계가 아니라 사실이다. 가장 표면적인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정당들의 당비는 대부분이 후원으로 충당된다. 진성당원이 내는 액수는 거의 없다. 인간이라면, 받으면 보답을 해야된다는 것 쯤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가장 깨끗해야할 사람들이 그 누구도 나 깨끗하다고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동네이니, 국민들이 과연 '정의'가 무엇일까에 대한 혼란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이 나라에서 정의는 정치적인 문제로 자연 귀결된다. 결국에는 그게 좌파냐, 우파냐 라는 문제로 가버린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동체주의자다. 공동체주의는
를 말한다. 요약하면 절충이라는 얘기다.
나는 절충, 타협, 양보라는 단어를 사랑한다. 나는 싸움을 싫어한다. 그리고 이 단어들 안에는 싸움이 없다.
이 책이 굉장히 이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정치인들도 선뜻 이 책 이야기를 꺼내들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절충이라는 개념이, 이게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라는 아주 기본적인 전제조차 극약처방이 되어버리는 대한민국 정치판에는 먹히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현실이 너무 슬프고 고통스럽다. 정치라는 공공의 영역이 개인적 영달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 무섭다. 나중에는 공공이라는 말에 조차 또 다른 빨간 스티커가 붙는 것이 아닐까 두렵다.
모두 같이 행복하게 살아보고자하는 사람들이 점점 돌아서가는 것에 몸이 떨린다. 싸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이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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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 좀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소속'을 분명히 나타낸다는 것이다. 나는 좌파다, 나는 우파다하는 식으로.
'소속'이 생기면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집단 끼리의 갈등이 생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이러한 갈등 관계를 생산적으로 이용하여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그게 되질 않는다. 조금만 다르면, 일단 내 '소속'을 밝히고 나면 그 이름은 빨갛게 혹은 파랗게 칠이 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판타지 게임에 얼라이언스와 호드라는 2개의 진영이 있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얼라이언스와 초록 피부의 오크 종족이 중심이 되는 호드는 언제나 맹목적인 싸움을 반복한다. 세계가 죽은 자들로 뒤덮이든, 대홍수에 휩쓸려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든,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싸운다.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웃기는 것은 이러한 편가르기가 사실은 이 나라의 대중들이 하는 정치논쟁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아래의 상황을 보자.
1. A라는 지도자가 있고 B라는 지도자가 있다. A와 B는 서로 다른 '진영'에 소속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 견해가 자주 엇갈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정의하길 좋아하므로)
2. A의 집권기에 a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3. a는 그 누가 보기에도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이다. 사람들은 A를 규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A의 추종자라는 이유로 A를 옹호한다.
4. B의 집권기에 b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5. b 역시 도덕적으로 잘못된 문제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B를 규탄한다. 규탄하는 사람들 중 가장 신난 것은 단연 A의 추종자들이다. 이번엔 B의 추종자들이 B를 옹호할 차례가 온다.
6. 그런데 B의 추종자들은 A의 집권기에 일어났던 a 문제를 들먹인다. A의 추종자들은 화가 나서 B의 추종자들에게 달려들고, 그렇게 싸움이 시작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속' 때문에, a, b와 같은 비도덕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단지 자신이 A, B의 추종자라는 이유로 비도덕성이라는 이슈 자체는 무시된다.
하지만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될 문제의 초점은 당연히 비도덕성이다. 비도덕한 문제가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정치의 영역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고, 대비책을 강구하고, 혹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있으면 보상을 하고. 그것이 정치인들이라는 사람이 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되질 않는다. 다음엔 어떻게 해야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이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국회의사당은 더 이상 토론의 장이 아니다. 당연하다. 소속이 정해지는 순간 옳고 그름도 같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조건 옳다라는 전제 하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무의미한 대립이다. 토론, 회의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서로의 의견을 들어본 뒤에, 합당한 것을 찾아 절충하고, 보완하여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모든 것이 일종의 우상숭배다. 좌우 내지 진보보수의 개념은 단지 구분을 위한 개념일 뿐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정책, 정치인도, 어떤 나라의 정치적 성향도 완벽하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관점에서) 좌파적 혹은 우파적이지 않다.
만약 당신이 정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한마디로 좌파, 혹은 우파라고 할 수 있다면 당신은 냉전의 유령을 양손에 옭아맨 21세기 포퓰리즘의 당주들에게 완벽하게 속은 것이다. 이미 정해진 결론이 당신을 좌우하게 하지 마라. 색안경을 벗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라. 당신 스스로 선택하라.
시험을 본다고 치자. 시험은 오지선다형이다.
숫자 하나로 모든 문제를 찍으면, 분명히 몇 개 정도는 확실히 맞는 다는 보장이 있다. (한 번호가 하나도 없는 경우는 없다. 문제 낼 때 규칙이다.)
하지만 명심하라. 당신이 직접 공부해서 '풀면(解)', 다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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